성과는 보상이 아닌 소명의식에서 출발해야 하기에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우선이다.
인센티브가 항상 성과를 높이는 것은 아닙니다. 보상이 오히려 동기부여를 저해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도 해당되는 인센티브와 그 역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백악관에서 시작된 교훈
해리 트루먼 대통령(한국전쟁 발발 후 신속한 참전 결정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주의 광풍에서 구한 분) 시절, 백악관 참모들은 주말에도 격무를 기꺼이 감당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라고 지시했으나, 놀랍게도 이후 주말 회의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돈이라는 보상이 주어지자 자발적인 열정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는 인센티브가 자발적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인센티브의 역설, 왜 더 주면 오히려 동기가 떨어질까?
우리는 흔히 성과에 따른 보상이 성과를 향상시킨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하버드대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가 설명한 '인센티브의 역설'은 이를 부정합니다. 보상이 주어지자 자발성은 줄어들고, 직원들은 더 이상 그 일을 즐기지 않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과잉정당화 효과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원래 좋아했던 일이 보상과 결부되면 그 일은 더 이상 순수한 즐거움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카르타(Encarta)'와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경쟁에서도 나타납니다. 엔카르타는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많은 돈을 주며 만든 백과사전이었지만, 결국 모든 사람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위키피디아에게 밀려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또 다른 유명한 사례는 록히드 마틴의 '스컹크 웍스' 프로젝트입니다. 록히드 마틴은 혁신적인 항공기 개발을 위해 최고의 인재들에게 엄청난 보수를 지급하며 '스컹크 웍스' 팀을 구성했으나, 이후 많은 인재들이 자발성을 잃고 퇴사하거나 프로젝트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과도한 보상으로 인해 그들이 추구했던 자발적 혁신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구글의 20% 프로젝트와 같은 자율성 기반의 보상 구조는 직원들이 돈이 아닌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어내는 사례로 유명합니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 중 20%를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고, 이 시간에 나온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회사의 핵심 서비스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보상이 자율성을 침해하면 오히려 창의성과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장인에게 나타나는 인센티브의 역설
우리 나라 직장인들에겐 어떤 인센티브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을까요? 대표적인 사례 3개를 금융업, IT업, 제조업으로 나누어 찾아 보았습니다.
금융권의 연말 성과 보너스
대한민국의 금융권에서 매년 연말 성과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오랜 관행입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보너스의 크기만을 신경 쓰며 실제 업무에 대한 관심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한 금융권 직원은 "연말 보너스는 매년 성과 평가에 따라 결정되지만, 보너스의 크기에 실망하게 되면 그다음 해엔 동기부여가 확 떨어진다"고 고백했습니다. 결국 이 보너스는 직원들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향상시키는 동기보다는 보너스를 위해 단기적 성과만을 강조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IT 회사의 스톡옵션 제도
한국의 한 IT 스타트업은 초기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큰 성과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회사 주가가 떨어지자 스톡옵션의 가치가 크게 줄어들었고, 직원들은 실망감을 느끼며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톡옵션이 초기에는 동기 부여가 되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불만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제조업체의 생산 목표 인센티브
한 제조업체는 생산량 목표를 달성한 직원들에게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이 과열되며, 직원들은 자신의 동료를 돕기보다 개인의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협력이 부족해지자 전반적인 생산성은 오히려 하락했고, 인센티브 제도는 회사 전체의 목표 달성보다는 개인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인센티브가 잘못 설계되면 오히려 조직의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
인센티브가 무조건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적절한 제도 설계와 조직 특성을 반영한 활용은 인센티브를 강력한 동기 부여 도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네 가지 방법은 인센티브를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내적 동기가 없는 경우
직원들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단기적인 성과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해당 일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을 함께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 반복 작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유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작업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급한 프로젝트일 때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에는 인센티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마감일이 가까워지거나, 긴급한 목표를 달성해야 할 때 인센티브를 통해 직원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공정한 평가 시스템 & 조직문화 구축
인센티브는 직원들이 그것을 공정하게 받는다고 느낄 때에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공정한 평가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센티브는 오히려 불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평가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합니다.
- 소명의식 & 일의 의미 부여하기
단순히 물질적 보상이 아닌, 자신이 하는 일이 더 큰 가치를 지닌다는 소명의식을 부여하면 직원들은 더 큰 열정을 갖고 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일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맺음말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설계는 오히려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저해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과도한 보상 시스템이 오히려 성과를 저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공정한 평가와 소명의식 부여,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보상 체계의 설계가 중요합니다. 인센티브는 더 이상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직원들의 내적 동기를 자극하고 장기적 성과를 도출하는 촉진제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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