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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Insight

10년도 불사, 대기업에 목매는 MZ세대는 왜 생겨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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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 길을 만들지 않는다, 경험이 방향을 만든다!

  저는 HR직무를 맡았기에 신입사원부터 임원면접까지 참 많이 면접관으로 참여했습니다. 공채 신입사원 면접에서 서류부터 인성검사, 필기까지 줄줄이 통과하고 마지막 면접에 도달한 지원자 중 한 명은 나이가 33세였습니다. 주변 평가로는 "스펙은 평범하지만 준비가 단단하다"는 말이 많았지요. 이 지원자는 말했습니다. "이 회사에만 집중해 준비한 지 7년이 되었습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면접관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오히려 회사에 대한 절실함이 느껴지네요."
요즘 MZ세대 중 일부는 무조건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5년, 7년, 심지어 10년 가까이 취업을 준비합니다. 이는 개인의 고집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회구조, 노동시장, 채용 트렌드, 그리고 대기업이 갖는 ‘기회 독점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입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 CI
국내 주요 대기업 CI


중소기업이 넘기 힘든 대기업의 ‘현실적 격차’

  대기업은 단순히 연봉만 높은 곳이 아닙니다. 고용 안정성, 복지제도, 사회적 지위, 경력 확장성 등 다양한 요소가 총체적으로 작동합니다. 한국경총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초봉은 5,000만 원을 넘고, 5인 미만 사업장의 연봉은 평균 2,700만 원대로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대기업은 건강검진, 사내식당, 사택, 동호회, 연수원 등 체계적인 복지를 운영하며, 은행 대출이나 결혼시장 등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합니다. 작년 지역 대학 3,4학년을 위한 특강에서 만난 한 학생이 이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저처럼 대기업 인사팀에 가고 싶은데, 벌써 준비한 지 4년이에요. 자격증은 땄고, 논문도 써봤고, 지금은 인턴 중이에요. 그런데도 불안합니다." 이 말 속에는 ‘한 번’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조급함과 절박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요즘 MZ세대는 점점 더 길어지는 취업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 입사를 최우선 목표로 두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단순한 ‘대기업 선호’ 이상의 사회 구조적 현실이 존재합니다. 이제는 이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입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임금 격차(2022년 기준)
대기업 vs. 중소기업 임금 격차(2022년 기준)


'공채 시대'에서 '경력채용 시대'로

  제가 인사팀장을 하던 15년 전만 해도 대기업은 신입을 한 번에 뽑아 훈련시켜 배치하는 공채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시채용과 경력 중심 채용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공채는 희소해졌고, 직무 관련 경험이나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 역량을 가진 ‘중고 신입’이 더 선호됩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입사는 이제 한 번의 기회가 아닌, 경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10년 준비생’이란 현상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10년은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닙니다. 인턴, 계약직, 관련 스타트업 근무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온 ‘전략적 준비 기간’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경험 기반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중소기업에서 실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전략이 유효해졌습니다. 금융사 B사 사례를 보겠습니다. 인턴, 계약직, 중소 금융기업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한 지원자는 서류부터 필기까지 통과해 면접장에 섰고, 결국 ‘인생 역전’이라 불리는 초봉 6,500만 원의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습니다. 과거처럼 도서관에서 자격증만 따는 취준생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작더라도 실무 현장에 본인을 먼저 노출시키고,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정의하며, 전략적으로 ‘쌓아가는 채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채용방식의 변화
대기업 채용방식의 변화


대기업이 정답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곳이 정답이다

  대기업의 조건은 좋지만, 모든 사람에게 ‘맞는 옷’은 아닙니다. 특히 인사직무(Human Resources)를 예로 들어보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대기업의 인사팀은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용만 담당하는 HR 담당자, 교육만 설계하는 HRD 담당자, 평가나 보상만 관리하는 HRM 파트 등으로 나뉘어 있죠. 여기에 조직문화, 노사업무 등으로 세분화&전문화 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한 사람이 담당하는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업무의 전반을 보는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채용, 평가, 보상은 물론, 총무, 조직문화까지 모두 경험하게 됩니다. 직무의 깊이는 부족할 수 있으나 넓이는 훨씬 큽니다. 만약 여러분이 ‘전문가형’보다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성향이라면,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폭넓은 경험을 쌓는 것이 더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임금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어선 곤란
임금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어선 곤란


취준중인 MZ세대에게 전하는 업계 선배의 메시지

첫째, “스펙보다 실무, 실무보다 사람입니다”
  요즘 채용 현장에서는 자격증보다 실무 경험을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그리고 실무 능력보다 더 결정적인 건 '일을 통해 성장하려는 태도'입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 해결력, 자기 주도성 같은 요소는 책상 위 공부로는 익힐 수 없습니다. 실무에 들어가 부딪히며 몸으로 배워야 진짜 역량이 됩니다.


둘째, “작은 회사는 작은 기회가 아니라, 큰 성장을 위한 무대입니다”
  첫 직장이 곧 인생을 결정짓지는 않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고, 전반적인 업무를 경험하며 쌓은 역량은 오히려 대기업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로 작용합니다. 커리어의 출발점이 아니라, 경력의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중소기업을 바라보세요.


셋째, “10년 준비보다 중요한 건, 나를 아는 1년입니다”
  10년을 준비하며 ‘대기업용 인재’로 나를 가꾸는 동안 정작 자신이 어떤 직무를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잘 일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 시간에 인턴, 계약직, 프로젝트,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통해 다양한 환경을 경험해보세요. 그 1년의 경험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커리어 방향을 보여줍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글을 맺으며

  MZ세대가 대기업을 목표로 오랜 준비를 이어가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10년의 준비’가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여정’입니다. 어떤 길을 걷든 결국 중요한 건 나의 방향성과 성장 가능성입니다.
대기업 입사는 더 이상 ‘운명의 한 방’이 아닙니다. 지금은 경험을 쌓고 전략을 세워 다시 돌아오는 시대입니다. 어떤 길이든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중소기업에서든, 스타트업에서든 실무를 통해 나를 알게 되면, 대기업은 더 이상 신화가 아닌 ‘경유지’가 될 것입니다. 내 삶을 디자인하는 건 ‘스펙’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대기업을 목표로 삼는 건 분명 나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안정, 보상, 기회라는 유혹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통해 가치를 느끼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직무 중심의 경험을 통해 내 실력을 증명하고, 그 실력으로 기회를 잡는 것이 진짜 경쟁력입니다. 

  10년 준비보다, 나에게 맞는 1년의 경험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기업은 결승선이 아니라 또 하나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핵심은 스펙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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