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S는 바다를 지키는 혁신적 닻입니다.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저는 올 해 참석한 한 세미나에서, 해운업계에서 오랜 시간 종사했던 한 선장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선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바다와 하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는 바다에서 돈을 벌지만, 바다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의 진심 어린 말은 해운업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음을 일깨워줬고, 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OCCS란?
OCCS(Onboard Carbon Capture and Storage)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혁신 기술입니다. 기존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S)을 선박에 적용한 개념으로, 포집된 탄소는 액체 상태로 저장되어 하역지로 운송됩니다. 최근에는 탄소 활용 기술(CCU)까지 더해져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까지 40%,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이산화탄소 포집(Capture)
OCCS의 첫 번째 단계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하는 과정입니다. 이 기술은 연료가 연소될 때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특정 흡수제(주로 아민 기반 용액)에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흡수제는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며, 이후 가열 과정을 통해 흡수제를 재생하고 순수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냅니다.
예시로, 삼성중공업의 OCCS 기술은 하루 약 24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으며, 이 흡수 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탄소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2. 이산화탄소 저장(Storage)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고압 상태로 압축해 액화 형태로 변환됩니다. 이후 선박 내부의 특수 저장 탱크에 보관됩니다.
저장 탱크는 이산화탄소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운송 중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복합 소재로 제작됩니다. 한화오션은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경량화된 탱크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Carbon Clean은 고효율 소형화 장치를 통해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3. 이산화탄소 활용(Utilization)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단순히 저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에 활용됩니다. 대표적으로 건축 자재의 원료로 사용되거나, 화학 산업에서 합성 연료를 생산하는 데 활용됩니다. 국내에서는 한화오션이 포집된 탄소를 건축용 재료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일본의 미쓰비시 조선은 포집된 탄소를 플라스틱 제조에 재활용하는 CCUS(포집-활용-저장) 기술을 시험 중입니다.
OCCS의 기술 개발 현황과 실증 사례
OCCS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HMM 같은 주요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OCCS 기술을 실증하며 기술력을 선보였습니다.
1.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2023년 7월 HMM의 2,200TEU급 컨테이너 선박 'HMM 몽글라 호'에 OCCS 시스템을 설치해 하루 24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실증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체 형태로 저장하며, 추가 연구를 통해 2030년까지 에너지 소모를 30% 줄이는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OCCS 장비를 소형화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흡수제를 재활용해 운영 비용을 대폭 줄였습니다.
특히,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건축 자재로 활용하는 기술에 집중하며, 이를 통해 산업 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3. 일본과 유럽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플라스틱 제조와 연계해 산업적 활용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유럽에서는 Maersk가 선박에 OCCS를 설치해 바이오연료와 결합한 완전 탄소중립 선박 개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
OCCS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1. 공간 부족 문제
선박 내 OCCS 장비 설치를 위해서는 포집 장치와 저장 탱크, 에너지 공급 장치를 위한 추가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는 기존 화물 공간과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비의 소형화와 복합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2. 비용 부담
현재 OCCS 기술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습니다. 흡수제의 사용과 재생, 저장 탱크 제작 등이 모두 고비용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술 개발로 비용을 줄이고 경제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3. 탄소 활용 방안 부족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입니다. 건축 자재나 합성 연료 생산 등의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대규모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OCCS와 미래 해운업
OCCS 기술은 단순한 환경 보호 기술이 아니라, 해운업의 미래를 재정의할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산업용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집된 탄소로 합성 연료를 생산하거나, 건축 자재의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은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또한, 탄소중립 선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OCCS 기술은 해운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해운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배출량 감소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OCCS 기술이 선박 연료 전환과 결합될 경우 완전 탄소중립 선박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연계되어야 가능한 목표로, OCCS는 해운업계의 기술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OCCS는 환경과 기술,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해운업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글을 맺으며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는 해운업계에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OCCS 기술은 이러한 도전에 대한 해운업계의 혁신적 답변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환경적으로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구 전체의 탄소중립 목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과제도 분명합니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 기술적 완성도, 그리고 포집된 탄소의 활용 방안이 구체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 간 협업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OCCS 기술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책임감을 지닌 해운업계의 미래를 열어갈 열쇠입니다. 이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여정에 함께 참여하며,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바다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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