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살 수 있다면, 더 오래 일하는 법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급격한 수명연장이라는 시대적 상상력은 기술이 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일지도 모릅니다.
몇 달 전, 참석한 세미나에서 초빙 강사님께서 이렇게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이제 인생 2막이 아니라 3막을 준비할 때입니다. 앞으론 70세까지는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올꺼예요.”
의료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건강한 노년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제 ‘100세 시대’를 넘어서 '120세 시대’를 상상하기 시작했죠. 예전에는 70세만 되어도 ‘이제 곧 말년’이라 여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생 3막의 첫 장’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이미 시작된 미래 - 텔로미어, 줄기세포, 야마나카 인자
노화를 되돌릴 수 있을까요? 믿기 어렵겠지만, 이미 실험실에서는 이러한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생물학자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인자’를 통해 손상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텔로미어라는 세포의 끝단을 연장함으로써 수명을 13% 연장시킨 동물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오픈AI의 샘 올트먼,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까지. 이들은 막대한 자금을 첨단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래디컬 론제비티’ 시장을 열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죽음 이후의 삶’을 넘어서 ‘노화 없는 삶’을 현실로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저속노화와 래디컬 론제비티의 차이점?
'저속노화(Slow Aging)'와 '래디컬 론제비티(Radical Longevity)'는 모두 인간의 수명 연장과 건강한 노화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접근 방식과 목표는 매우 다릅니다.
저속노화는 말 그대로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과 같은 생활 습관 변화가 중심입니다. 예컨대, 지중해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고 일상적으로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60대 직장인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의 위험을 낮추며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 것이 저속노화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접근법은 누구나 실행 가능하고 비용이 적다는 점에서 널리 권장됩니다.
반면, 래디컬 론제비티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입니다. 노화를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보고 이를 '치료'하고자 합니다. 여기엔 유전자 편집, 줄기세포 기술, 텔로미어 연장,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야마나카 인자를 활용해 손상된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연구나,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알토스랩스(Altos Labs)가 세포 노화를 역전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요약하자면, 저속노화는 현재의 생리적 기능을 ‘보존’하는 데 집중하고, 래디컬 론제비티는 미래의 생명과학 기술로 생물학적 수명 자체를 ‘혁신’하려는 시도입니다. 지금을 더 잘 사는 법과, 더 오랜 내일을 설계하는 법, 이 두 관점은 서로 다른 도구를 갖고 있지만 결국 인간의 ‘삶의 질’이라는 같은 목적을 향해 갑니다.
기업과 조직에 주는 수명 연장 시대의 시사점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산다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일의 의미를 재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기업과 HR의 관점에서 보면 이 변화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시사점을 남깁니다.
1. 커리어 라이프사이클의 재설계 필요
기존의 '학업-취업-은퇴'라는 삼단계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에 가까워진 시대에는 70대까지도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커리어 경로도 다단계로 변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40대 중반의 리더가 새로운 영역으로 ‘리커리어(re-career)’를 시도하거나, 60대가 MZ세대의 멘토로 활동하며 역량을 지속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2. 직원 교육과 재교육의 상시화
오랜 근속 기간 동안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 체계가 필수가 됩니다. 이는 특히 디지털 격차가 벌어지기 쉬운 고령층 구성원을 위한 AI 리터러시, 신기술 적응 교육 등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퇴직 직전의 직원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는 거죠.
3.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조직 문화 설계
조직 내에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다세대 조직이 보편화됩니다. 30대 팀장이 70대 팀원을 리드하는 시대도 멀지 않았습니다. 생물학적 나이보다 '경험과 성장’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세대 간 충돌을 줄이고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상호 존중과 세대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비붐 세대와 MZ세대의 팀 빌딩 프로그램은 단순한 워크숍을 넘어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고 협업하는 훈련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4. 복지제도의 재설계
정년연장이 가시화되며 기업 복지의 패러다임도 변합니다. 은퇴 후 건강관리, 금융설계, 정신적 웰빙까지 포괄하는 라이프타임 케어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일본의 한 대기업은 60세 이후 ‘2차 커리어 준비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직원들의 재고용률과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로장생'이 아니라 '의미 있는 수명'을 위해
수명 연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사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피터 디아만디스는 『론제비티 가이드북』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앞으로 인류는 늙지 않을 권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더 나은 인간이 된다는 보장은 아니다.”
이 말처럼 수명이 늘어도 삶이 지루하고 고립된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삶의 질(Quality of Life)'입니다. 조직에서는 '자기 효능감'과 '주도성'을 유지하는 조직 문화를 설계해야 하며, 개인적으로는 노년에도 의미와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정체성의 유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1.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평생 학습과 경력 재설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노후 준비 여부와 상관없이 70세까지 일하는 게 기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당신이 HR부서나 경영자라면?
나이나 직급 중심이 아니라 역량 중심으로 리더를 키우고 리더십을 개발시켜야 합니다.
더불어 이제는 정파나 이념을 넘어 연금 제도와 의료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우물쭈물 시간만 보내다가는 우리의 미래가 암울할 게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맺으며
‘래디컬 론제비티’는 더 이상 SF 속 개념이 아닙니다. 생명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 수명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수명 연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자율성, 관계, 의미를 유지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직과 사회는 이에 맞춰 사람과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하고, 개인은 자기 효능감과 배움의 지속성을 무기로 삶을 다시 그려나가야 합니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는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갈 것인가”가 앞으로의 질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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